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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차량 가성비 따져보니

가솔린 모델과 ‘가격’, ‘유지비용’ 엇비슷
미세먼지 관련 특별법이 개정되면서 3월 26일부터 일반인도 모든 LPG차량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엔 신규 등록이 5년 이상 지난 LPG차량만 중고로 구매할 수 있었지만 이젠 가솔린, 디젤 차량도 LPG로 개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LPG차량은 ‘초기비용이 저렴하고 유지비용도 낮다’고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중형차 가격은 내연기관 모델이나 LPG 모델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다. 가장 큰 구매요소였던 합리적 가격이 사라진 셈이다. 이젠 저렴한 연료가격이 LPG차량의 유일한 장점으로 남았다. LPG차량의 대중화가 시작된 지금, LPG차량의 경제성을 짚어봤다.

국내에 LPG차량이 처음 등장한 때는 1982년이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택시용 LPG차량 대대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택시, 렌터카,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 LPG차량을 사용하는데 제한을 뒀고, 일반인은 자가용으로 구매할 수 없었다. 점차 경차, 7인승 레저용차량(RV) 등에 LPG사용을 허가하면서 단계적으로 규제가 완화됐다. 이번 조치로 정부는 2030년엔 LPG차량 등록 대수가 약 33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라진 ‘초기비용’ 경쟁력

<표1>처럼 8세대 쏘나타의 경우 2.0 가솔린 모델보다 2.0 LPG 모델의 최저 실구매가와 최고 실구매가가 더 비싸다. 경쟁차종인 SM6은 두 모델의 가격차가 거의 없다. <표2>처럼 최저 실구매가는 LPG 모델이 가솔린 모델보다 약 46만원 비싸고, 최고 실구매가는 300만원 정도 저렴하다.


8세대 쏘나타 가솔린 vs LPG 비교
저렴하지만 연비는 70-80% 수준

LPG는 연료 전체 용량 기준 최대 85%만 충전이 가능하다. 연비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에 충전도 자주해야 한다. 일반 주유소보다 부족한 충전소 인프라도 불편한 점이다. 실제 LPG 충전소가 눈에 많이 보이지 않는다. 약 1만 1500개가 넘는 일반 주유소의 1/6 수준인 약 2000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LPG충전소는 1967개, 지난해 말 LPG차량 등록대수는 205만 2870대다. 1개 충전소에 약 1044개의 LPG차량이 이용하는 셈이다. 가솔린, 디젤차량과 비교하면 약 70% 수준이다.

복합연비는 가솔린 모델이 우위를 점한다. SM6 2.0 가솔린의 복합연비 12.2km/L, 2.0 LPG는 9.3km/L를 기록한다. 쏘나타도 2.0 가솔린의 복합연비는 13.1km/L, 2.0 LPG 모델은 10.3km/L다. 지난 2일 기준 전국 평균 가솔린 가격은 약 1466원이다. 디젤은 약 1348원, LPG는 약 833원이다. 과거 LPG값이 가솔린의 50% 수준일 때를 감안하면 가격차는 많이 줄어들었다. 리터당 연료효율을 단순 비교하면 LPG는 가솔린에 비해 약 75%정도를 나타낸다. 한 LPG차량 오너의 말에 따르면 “장거리 주행이 많아야 표시된 복합연비가 나오지 실제연비는 훨씬 낮다. 7~8km/L 수준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값싼 연료비만큼 연비도 상쇄되는 것이다.


SM6 가솔린 vs LPG 비교
‘힘’의 차이

과거 LPG차량은 힘이 달린다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 LPG차량의 출력과 토크는 주행중 체감할 정도로 내연기관 모델에 비해 약했다. 하지만 현재 판매되는 LPG차량의 성능이 과거보다 많은 개선을 이뤄냈다. 기술발전으로 LPG차량의 출력과 토크가 많이 올라왔지만 여전히 내연기관보다 ‘힘’은 약하다.

SM6와 쏘나타 모두 LPG모델이 가솔린 모델보다 출력과 토크가 낮다. SM6 2.0 가솔린과 LPG 모델의 최고출려과 최대토크는 각각 150마력/20.6kg.m, 140마력/19.7kg.m을 기록한다. 신형 쏘나타 LPG모델도 가솔린 모델에 비해 출력과 토크가 소폭 낮다. 2.0 가솔린 모델은 최고출력 160마력, 최대토크 20.0kg.m이지만, 2.0 LPG 모델은 최고출력 146마력, 최대토크 19.5kg.m를 낸다. 가솔린에 비해 최고출력은 14마력, 최대토크는 0.5kg.m가 낮은 수준이다. 그랜저의 3.0 모델의 경우 가솔린은 266마력, 31.4kg.m / LPG는 235마력, 28.6kg.m으로 배기량이 높아질수록 차이는 더 커진다.

가스비 인상 우려도

소비자들 사이에선 LPG비 인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사실상 저렴한 연료가격이 유일한 장점인데. ‘LPG가격이 인상되면 어쩌나’하는 걱정하는 목소리다. LPG값이 비교적 저렴한 이유는 정부가 LPG의 ‘친환경적 요소’를 고려해 유류세를 적게 붙였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에 비해 미세먼지 배출이 적다는 이유로 친환경차로 광고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더 높다. 때에 따라 LPG 유류세가 인상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LPG 충전소. 연합
실제로 과거 LPG차량이 대대적으로 보급된 뒤 LPG값이 뛴 적이 있다. 정부가 세수확보를 이유로 유류세를 높였기 때문이다. 2000년, 2005년에 두 번에 걸쳐 에너지 세제개편안을 내고 LPG 세금이 인상됐다. 일반인도 LPG차를 살 수 있게 되면서 정부는 최대 3334억원 정도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수확보를 위해 유류세를 올릴 것’이라는 걱정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LPG차량은 법적으로 친환경차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이브리드, 전기차처럼 취등록세가 감면되는 것도 아니다. 배기량에 따라 똑같은 자동차세가 부과된다. 디젤엔진도 정부차원에서 ‘클린디젤’로 홍보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LPG차량의 신세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 없는 배경이다. 이것저것 따져보니 LPG차량의 경제성이 썩 합리적이진 않다.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다.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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